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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온글) 교포 절대 사절...
작성자 운영팀     게시물번호 7765 작성일 2015-01-06 10:46 조회수 4252
중국 조선족이 한국에서 일하면서 느끼는 어려움과 서러움에 대한 이야기인데, 
캐나다에 사는 한국 이민자들도 공감할 수 있는 부분들이 있어 옮겨봅니다. 

'교포절대사절'이 사라지기를 기대하면서

게시됨: 2015년 01월 06일 17시 16분 KST 업데이트됨: 2015년 01월 06일 17시 30분 KST
HAND DENY

중국에서 오랫동안 해오던 사무직 일을 버리고 2010년 말에 한국으로 나왔다.

한국으로 나올 때는 신문사 편집이란 그럴듯한 일을 한다고 나왔지만 정작 한 달간 일하고 보니 그렇게 적은 노임을 받아서는 아들애의 대학학비를 마련할 수가 없었다. 허드렛일을 하리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않았지만 사정이 급하니 어쩔 수 없었다. 

취직을 위해 신문구직란을 펼쳤는데 '교포절대사절'이란 글이 있어 깜짝 놀랐다. 한 장의 지면을 거의 도배하듯이 한 '교포절대사절' 글귀를 보니 욕이 저절로 나왔다. 네가 싫다면 다른 곳이 얼마든지 있다고 콧방귀를 뀌면서 그 글귀가 없는 구직란을 찾아 전화를 했지만 몇 마디 주고받더니 교포인 줄 알고는 한마디로 거절하는 것이었다. 한국사회가 교포를 경멸한다는 생각에 마음이 섬뜩했다.

그 후 파출을 하다가 취직하여 일하면서 교포사절의 이유를 조금씩 알게 되었다. 교포들은 우선 한국인들의 말을 잘 알아듣지 못했다. 홀 서빙의 경우 메뉴를 주문 받으려고 해도 외래어가 많은 데다 처음 듣는 단어들도 많았다. 주방에서 일할 경우 장갑을 수갑으로, 물통을 바께쓰로, 양푼을 소래로, 누룽지를 가마치라고 해서 한국인들을 어리둥절하게 만들었다. 반찬을 먹는 것도 교포들은 대부분 기름에 볶아먹기를 좋아하지만 한국인들은 뭐나 무침으로 먹기를 좋아한다. 한번은 주방에서 일하는 교포들이 생파를 장에 듬뿍 찍어 먹는 걸 보고 사장이 놀라기도 했고 국을 끓여 먹으라고 사장이 포기배추를 사다줬는데 교포들이 칼로 잎사귀 쪽만 싹둑 잘라서 물에 데쳐 쌈을 싸먹는 것을 보고 신기하게 여기기도 했다. 나와 함께 일하는 실장은 퇴근해서 집에 돌아가면 자녀들이 "엄마, 오늘은 그 중국 언니한테서 어떤 사투리를 배웠어?"라고 한다는 것이다.

죽집에서 일할 때었다. 한번은 손님이 '닭죽'을 주문했는데 '잣죽'으로 듣고 배달을 보냈다. 교포라서 알아듣지 못했다고 손님이 말하는 바람에 큰 소리로 말다툼을 했고 결국 죽을 다시 끓여 준 적도 있다. 그 후로는 주문이 들어오면 "꼬꼬댁 닭죽인가요? 아니면 잣나무 잣죽인가요?"하고 상세히 물은 후 죽을 끓였다.

교포들은 평생 중국 땅에서 한족들과 어울려 살다 보니 삶의 태도와 사고방식 전통과 문화가 한국인들과 완전히 다르다. 교포들 대부분은 억양이 높고 악센트가 심해서 자칫하면 불친절하다는 오해를 받기도 했다.

중국에서 직장에 다닐 때 절반 이상인 한족들과 어울리는 것이 힘들어 한족을 보면서 "쟤네들을 보지 않고 살면 좋을 것 같다"고까지 말한 적이 있다. 헌데 신기하게도 한국에 나와서 길거리에서 자전거를 타고 배달하는 한족이나 길거리에서 음식장사를 하는 한족들을 보니 너무 반가워 실없이 말이라도 걸고 싶어졌다. 전철에서 한족들이 길을 몰라 쪽지를 들고 헤매는 것을 보면 주저 없이 나서서 길을 가리켜 주곤 한다. 서투른 한국말을 하면서도 우리 조선족들보다 더 열심히 돈 버는 그들의 본성은 한국에서도 변함이 없다는 것에 괜히 내가 자부심을 가지기도 했다.

어쩌다 교포들만 있는 곳에 일하러 가면 거침없이 중국어로 말하는데 그러고 나면 온 종일 속이 후련해지면서 흥이 저절로 나서 노래라도 부르고 싶다. 중국에 있을 때 한국 TV채널 안테나를 떼어가면 돈을 내고 다시 설치하면서까지 한국 드라마를 보았는데 한국에 나오니 오히려 중국 TV채널만 보게 된다. 중국에서 한국과 중국이 축구경기를 하는 것을 보면 한국이 이기라고 죽어라 외쳤는데 한국에 나오니 중국이 이기기를 바라는 마음이 더 앞선다. 이뿐이 아니다. 내 이름 중간 글자도 '련'자가 아닌 '연'자로 신분증에 기재되어 있어 슬프게도 이름도 나를 따라 타향살이를 하고 있다.

처음 한국에 나왔을 때 지인의 소개로 여성평화통일단체인 '조각보' 모임에 갔었는데 몇 백 명이 모인 성당에서 '교포절대사절'에 대한 이야기를 털어놓은 적이 있다. 그들은 쓸모없는 하나하나의 조각들이 모여서 하나의 아름다운 전체를 이루는 것이라고 하면서 교포들을 이해하고 동정해 주었다. 비록 한국계에 속하지만 중국인이라는 자신의 정체성을 이국땅인 한국에서 비로소 알게 된 것이 슬픈 현실이다.

중한수교가 된 지도 22년이 넘었다. 지금 한국에 나와 있는 중국인 80여만 명은 한국에서 열심히 일하고 있으며 심지어 어려운 한국인들을 돕는 봉사활동에도 참여하고 있다. 한국사회도 이제는 교포들에 대한 시선이 점차 달라지고 있다. 아직도 구직란에는 교포절대사절이란 구절이 있기는 하지만 대신 교포가능이란 글자도 많이 늘어나고 있으며 심지어 어떤 사장들은 직원채용할 때 교포만 요구한다는 반가운 소식도 들린다. 손 놓고 먼 산을 쳐다보지 말고 우리 교포들도 한국사회에 빨리 적응되도록 노력해야 함은 분명한 일이다. 그렇게만 된다면 멀지 않아 구직광고마다에 '교포대환영'이란 글이 넘쳐날 것이다.


http://www.huffingtonpost.kr/yeonhee-park/story_b_6420356.html?utm_hp_ref=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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